전 탄광촌 자식입니다.광부의 아들은 아니지만 ‘쫄딱구덩이 광산, 덕대’ 사장의 아들로 철암에서 태어나 황지, 고한을 거쳐 강릉에서 고등학교,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을 보낸 탄수저입니다. 중학교 때까지 하늘이 산봉우리에 맞닿은 곳 딱 그만큼만한 크기인 줄 알았습니다.겨울이면 유난히도 일찍 지는 해, 오후 4시만 되면 컴컴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. 개천의 검은 물 때깔이 더 익숙했고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인 살 수 없다던 그 시절 아버지들처럼 깜장 장화는 애착품 중의 하나였습니다.이미 산에 살고 있었기에 더 높은 곳에 난 길은 그저 석탄을 실어나르는 도로, 산판을 위한 길 쯤으로 알고 살았습니다.고입시험을 위해 강릉에 오니 세상에 이토록 넓은 들판이 있고 하늘은 한없이 넓고 바다는 새로운..